스타일오디오 캐럿-페리도트3 전경
스타일오디오의 캐럿-페리토드3 DAC를 시청하고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오디오 팬들에게 DAC는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첫째는 CD 트랜스포트와 함께 두 개의 컴포넌트로 구성되는 분리형 하이엔드 CD 플레이어의 일부로서의 DAC이다. 마치 모든 인티 앰프는 파워 앰프와 프리 앰프로 나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CD 플레이어도 속을 뜯어본다면 트랜스포트와 DAC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둘째는 이른바 PC파이의 일부로서의 DAC이다. 이때 트랜스포트나 PC에서 DAC로 전해지는 입력은 표준적인 PC의 USB 신호가 사용된다.
이들 두 가지 DAC는 입력 신호가 다르다는 점을 제외하면 기능적으로 완전히 동일하지만 개념적으로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전자의 DAC는 가격이 만만치 않고 (놀라지 마시라, SELECT II라는 물건은 미국 본토의 리스트 프라이스가 미화 십만 달러가 넘는다니), 상당수의 오디오 팬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아닐 수 없다. 그에 비하면 PC파이에 속하는 DAC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단가도 근자의 중국 제품 중에는 한화 10만 원이 채 안 되는 물건까지 있는 듯하다.
사설이 조금 길어졌는데, 개념상으로 차이가 큰 두 종류의 DAC가 존재한다는 점을 짚어본 이유는 이 기계가 그 크기와 가격 수준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입력, 즉 광 입력과 USB 입력의 DAC 구실을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양쪽 모두 24bit/192kHz를 지원한다. 이것은 주목할 만한 사양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이 시리즈가 처음 소개되었던 2008년의 초기 제품과 비교하면 가히 장족의 발전이다.
스타일오디오 캐럿-페리도트3 내부
그 다음으로 기계의 제원을 살펴보았다. 찾아보니, 국산 제품으로서는 흔치 않게 출력 레벨이니, 헤드폰 임피던스, 주파수 특성, SN비, THD+N(고조파 왜율과 잡음) 등등이 기계의 치수와 중량과 함께 친절히 나와 있었다. 각 제원의 수치가 우수한지 열등한지를 떠나서, 지금까지 한국산 제품은 이러한 제원의 표시를 등한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이 점은 아주 대단히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각 제원 값이 모자라거나 뒤처진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수치들은 양호(good)에서 우수(excellent) 범위에 분포되어 있고 그런 점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자사의 제품에 대해 전기 안전 지침과 전자파 적합성 지침을 준수한다는 것을 명시한 점도 칭찬하고 싶다. 이왕이면 RoHS 준수에 대한 언급도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이것은 EU의 환경 관련 특수 유해 물질 규제 지침인데, 여기에서는 이 정도만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그 밖에도 제조사 측에서 자랑하는 제품의 장점 중 주목할 만 점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듀얼 설계의 OP 증폭기에 의한 채널 분리, 1 ppm 정밀도의 TCXO와 연결된 CIRUSS LOGIC의 신호 처리 IC인 CS8422 채택, 24K 금도금 PCB, 노이즈 코어가 장착된 주문 제작 프리 볼트 어댑터와 USB 케이블, 이중 구조의 오리지널 커스텀 황동 스파이크 등등. 게다가 세계적인 하이엔드 부품들을 다수 채택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생략하기로 한다.
실제 제품 구조는 다음과 같다. 장치는 DAC 본체와 프리 볼트 어댑터로 구성된다. 입력은 CD 트랜스포트나 일반 CD 플레이어의 광 출력단으로부터의 광 입력과 PC로부터의 USB 입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출력은 헤드폰과 RCA 스테레오 케이블 중 하나를 선택한다. RCA 스테레오 케이블은 당연히 프리 앰프나 인티 앰프의 보조 입력 중 하나에 연결된다. 그러므로 Carat Peridot3은 일반 사용자들이 DAC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충족시킨다고 볼 수 있다. 헤드폰 출력에는 볼륨 컨트롤까지 달려 있다. 이 볼륨은 RCA 케이블 출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사용자의 개인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디자인은 깔끔하고, 색상과 마감처리도 흠 잡을 곳이 없어 보인다. 다만 위 커버 위에 영어로 길게 사연을 써놓은 것은 그다지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아무 것도 없으면 너무 밋밋할까 보아 그랬을까? 어쨌든 수출 모델에는 빼도록 권하고 싶다.
스타일오디오 캐럿-페리도트3 전후면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계를 통해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는 수천만 원짜리 DAC 소리가 기대보다 조금 섭섭했던 적도 있었던 반면에, 저가의 중국산 PC파이 DAC가 예상외로 괜찮았던 경험도 있었으니까. (고백하건대, 필자도 집에 중국산을 한 개 가지고 있고, 가끔 듣기도 한다.) 처음 기계를 접한 곳은 한 음악 스튜디오에서였다. 첫 음반은 해리 벨라폰테의 1959년 카네기홀 실황이었고, 두 번째는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Sultans of Swing’(1978년 녹음)이었다. 계속해서 소프라노 마리나 레베카가 부른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아리아 ‘밤의 여왕’과 벨체아 콰르텟의 베토벤의 현악4중주 제6번을 차례로 감상하였다.
필자는 PC파이 DAC에 대해 약간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제원 측면에서는 모자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소리에 박력이 없고 (속된 말로 매가리가 없고), 소리의 깊이도, 폭도, 넓이도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다. 소리에 박력이 없다는 말은 볼륨은 대단히 높은 데도 불구하고, 예를 들어서 바로 가까운 거리에서 트럼펫을 힘 있게 불거나 드럼이나 팀파니를 두드릴 때 온 몸에 곧바로 전달되는 울림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그런데 이 기계에서는 스테레오에 의한 좌측으로부터 우측까지의 고른 전개뿐만이 아니라, 전면과 후면에 배치된 악기에서 전달되는 앞과 뒤의 입체감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기계를 집으로 가지고 와서 노트북 PC와 오디오 시스템에 연결하고 여러 가지 음악을 들어 보았다. 필자의 CD 플레이어와 비교해 보고 중국산 PC파이 DAC와도 비교해 보았다. 결론은 중국산 DAC보다 현저히 우수할 뿐만 아니라, 사용하던 CD 플레이어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다지 높지 않은 가격표를 감안한다면, 캐럿-페리도트3는 가성비 측면에서 가히 탁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사족으로서 필자의 무식과 무지에 대해 고백할 것이 있다. 필자는 지금까지 PC파이라는 말이 HI-FI와 같은 일반명사라고 생각하였다. HI-FI는 고충실도(high fidelity)의 약자로서 1950년대쯤 만들어진 말이고, 원음에 충실하다(=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번에 이 글을 쓰기 위해 리서치를 하다 보니 PC파이 이 제품의 생산업체인 스타일오디오의 등록상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PC파이라는 이름의 제품을 만들지 않는 한 상표권이나 저작권을 위반할 일은 없겠지만…
제품사양
- 구분 : USB DAC
- 디지털입력 : USB-Type B (Up to 24bit/192kHz), Toslink (Up to 24bit/192kHz)
- 아날로그출력 : 5.5mm Stereo Headphone Jack / Unbalanced RCA
- 아날로그출력레벨 : 2.2Vrms
- 헤드폰임피던스 : 24~600Ω
- 주파수대응 : 20~20,000Hz (±0.12)
- SNR : ≥ 100dB (A Weight)
- THD+N :< 0.003%
- 주요사용부품 : XMOS U8A, Cirrus Logic CS8422, Texas Instruments PCM1793, Texas Instruments OPA134 x 2, TPA6120A2, ALPS Potential Meter, Toshiba Optic Connector, WIMA, TCXO(1ppm), Gold-coated PCB, Brass Metal Foot, Aluminum Body & Knob
- 전원 : DC 6V Adapter with Seperated Power Cord & Noise Filtering Core
- 크기 : (WxHxD) : 75mm×35mm×131mm
- 무게 : 285g (Main 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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